새벽3시..
갑자기 보채고 우는 나율이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분유를 좀 더 먹인 뒤 품에서 재웠다. 아기가 보채기 시작할 땐 너무 졸려서 깰 수 없을것만 같던 잠도, 아기를 재우고 나니 정신이 말똥해져 당장 잠이 들지 않았다.
한 손으로 아기를 토닥이고 다른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자주 들어가는 맘카페 글을 구경했다. 아직 출산하지 않은 임신부들의 이야기와 출산 후 맘들의 이야기를 보며 공감도 하고, 간접적으로 다른 상황들을 경험하는데, 이 날 유독 눈에 들어온 글은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라는 제목의 만삭 임신부가 질문한 글이었다.
"뭐가 더 나아요?"
한 줄짜리 본문에 나는 메모장을 열고 미친듯이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출산 한 지 20일 되는 날, 나는 단유했다. 조리원을 나오고 집에 온지 3일 만에 나는 단유 선언을 했다. 출산경험과 그 외 다른 많은 육아경험을 들어봤지만 어디에서도 모유수유가 이렇게까지 힘든일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출산이라는 빅이벤트에 가려져 별 일 아닌 일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 줄 알았고, 해서 단유는 나와 관련없는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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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4박5일
그리고 조리원 초기 일주일동안 아기 황달로 젖을 물리지 못하고 유축만 했을땐 황달만 괜찮아지면 모유수유를하면서 행복할 줄 알았다. 모유수유를 해야하니, 젖을 물리지 않을 때는 시간맞춰 열심히 유축기를 돌렸다. 헌데, 양이 많지 않아서 많이 유축해봐야 30~40ml이 고작이었다. 다행히 아기 황달이 나아져서 태어난지 10일 이후부터 모유수유를 했다. 모자동실도 오랜시간하면서 아기도 힘내고, 나도 젖먹던 힘까지 내면서 젖을 물렸다.
'괜찮아지겠지..'
오래 물리면 양이 늘게 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조리원 선생님들의 말에 용기를 얻고 끈임없이 물리고 유축하고, 물리고 유축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일을 반복해도 양이 늘지 않았다. 물도 정말 많이 마시고, 국도 남김없이 먹고, 맘라떼모아도 먹고, 락타티도 타서 마시기를 했지만.. 이상하게 양은 점점 줄어, 유축을 해도 10ml가 넘지 않았다. 젖을 물려도 아기는 금방 배고파하며 곧바로 분유보충을 해야했고, 매 시간 아기와 씨름을 하며 젖을 물리는게 너무도 힘들었다. 양이 없으니 아기는 울며 짜증을내고, 나는 목 어깨가 부서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울음을 삼키는 시간들이었다. 밤에도 낮에도 혼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을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양이 늘지 않는 내 몸을 탓하며 몇 일을 울었는지 모른다. 조리원에서 어느날 밤.. 너무 힘들어 엉엉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뒤 수유하느라 새벽에 잠도 못자고 아기와 보내는 시간이 정말 미칠것만 같이 힘들었다.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몸이 매일 밤 비명을 지르는듯했다. 정말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아기에 대한 나의 애정이 이것밖에 안되는건가?'
'포기하는게 맞는건가..'
하지만 더 지속했다가는 정말 우울증이 오거나 아기가 미워질 수도 있을것 같아서 남편의 위로의 말에 용기를 얻어 단유를 결심했다.
단유, 그 이후..
다행히도 내 몸과 마음, 아기를 보는 내 태도도 많이 좋아졌다. 그 동안의 압박감이 엄청 났던것 같다..😭 그렇다고 분유만 먹이는 것도 쉬운건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분유 중에 선택해야 하는 것, 소화가 잘 되는지 변을 체크하는 것, 물 온도 맞추기, 젖병씻기, 소독하기, 수유 자세 등 신경 쓸 것들이 많다. 어떤 엄마는 모유수유가 쉬웠다하고 어떤 엄마는 분유수유가 쉬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쉬웠다는.. 다른 선택지보다 나았다 정도이지 그냥 쉬운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정말 힘들지 않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 🙄)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결정 할 때도 둘 중 쉬운건 없었고, 후기를 들어도 둘 중 덜 아픈 고통은 없는 것 같았다. 출산자체가 고통을 감내하는 일 인 것..
부모가 된다는 것..
육아를 하면서 느낀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빡쎄다. 내일보다 모레가 더 힘들 것 이다. 다만, 아기를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그로인해 어마어마한 힘을 낼 뿐이다. 아기를 안을 때마다 온갖 근육들이 소리치며 고통스러워해도, 우는 아기를 안아줄 수 밖에 없다.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고통과 감정들..
부모가 된다는 것.. (갬성터짐..😭)
끄읕..
2023년 5월 25일의 아내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