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지 20주차 정도 될 무렵이었던가..
그 때 아내에게 처음 제대혈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난치병과 관련된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데, 혹시 모르니 오삼이를 위해 보험든다 생각하고 제대혈 보관하자고..
제대혈이 뭔지도 몰랐고,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대부분 광고, 홍보글 위주 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네이버에 제대혈로 검색해보면 광고문서들이 위에 한 가득 나온다.
제대혈 성공사례로 검색하더라도.. '내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선물', '난치병으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법' 이런 홍보성 기사 밖에 안나온다.
제대혈 의미
제대혈이 뭐길래 실제 성공사례 관련 글보다 이런 광고가 많은건지 개념 먼저 확립하고자 내용을 찾아봤다. 제대혈은 한 마디로 탯줄의 혈액이다. 조혈모세포와 중간엽줄기세포, 면역세포 등의 유핵세포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백혈병, 폐암, 유방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을 치료할 수 있고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면, 관절, 뼈, 각종 장기, 신경, 근육을 만들어서 신경계 질환, 심근경색증, 간질환 등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보관처리 전 상태 기준 총 유핵세포 수는 11억 개 미만인 경우 부적격으로 판단된다. 다른 블로그에서 유핵세포 수가 통상적으로 3~5억 정도 수준이라는 내용이 많은데 산모로부터 채취한 제대혈은 65~80cc 이고, 이 때 유핵세포 수 기준은 11억 개.
보존제처리 후 냉동보관할 경우, 제대혈 1팩의 단위가 25cc 이니..
👉 65~80cc : 25cc = 11억 : x
👉 x = 약 3억
이렇게 계산된게 아닐까 싶다.
조혈모세포의 경우, 체중 5kg 당 보통 1억 개가 필요하다는데 그렇게보면, 제대혈 1개로 치료 가능한 범위는 약 15kg의 소아 정도다.
체중이 더 나간다면 ?
기증제대혈을 사용해서 치료해야 한다.
제대혈 종류
✅ 가족제대혈과 기증제대혈
가족제대혈은 말 그대로, 우리 가족을 위해 별도의 보관비를 내서 제대혈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고, 기증제대혈은 별도의 경비부담없이 국가에서 지정한 기증제대혈은행에 보관하는 것이다.
제대혈의 의미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고 베이비페어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GC녹십자, 차병원 등 가족제대혈을 운영하는 업체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아내와 나도 세 번의 베페에서 이 두 업체를 접했고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혹시나 모를 오삼이를 위한 보험같은 느낌으로 가족제대혈에 마음이 쏠렸던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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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이 다 비슷해서였을까..? 외국은 기증제대혈이 훨씬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족제대혈이 월등히 많다. 그리고 매 년 증가 추세이다. 보관비만 최소 100만원 이상 하는데 말이다..
제대혈 실효성
아래 이미지는 왼쪽부터 '차병원(아이코드) - 메디포스트(셀트리) - GC녹십자'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제대혈 보관 가격이다.
그래서 !?
이런 비싼 보관비를 내고 관리하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까 ?
특히, 자가제대혈 조혈모세포로 이식 성공한 경우가 많이 있을까 ?
'제대혈 수술 성공 사례', '자가제대혈 이식' 등등 여러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지만 2005년에 울산대학교와 시시비비가 붙었던 기사 외엔 자가제대혈 성공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다. (성공케이스가 많았다면 기사 역시 넘쳐났겠지..)
관련해서 나름 정확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찾았는데, 2019년 문서이긴 하지만 복지로에서 제대혈 관련된 자료를 정리한 것이 있었다.
제대혈 이식 현황은 표에 나온 것처럼 매 년 30~50건 내외이고, 자가제대혈 이식 성공 관련 기사는 거의 없으니 대부분 기증 제대혈로 이식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런 입장으로 본다면, 비싼 금액을 내고 제대혈을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 ?
차라리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증제대혈로 보관하는게 낫지 않을지..
제대혈, 우리의 선택
아이러니하게도 제대혈에 대해 이 정도로 파악하기 전 나랑 아내는 차병원(아이코드)으로 가족제대혈 보관을 신청했다. 기본형으로 135만원(15년)이라는 금액을 내고 신청서 작성 후 사은품까지 받았다.
이 내용으로 블로그 작성하기 전 마음은..
아이를 위해 제대혈 보관하세요~
사은품으로 이런 것도 받았어요~
정도의 느낌으로 자료를 찾고 정리했는데 점점 자세히 알게 되고, 실제 사례까지 검색해보면서 오히려.. 약간 회의감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 (아이를 위하는 부모 마음을 이용한 기업의 영업에 휘둘린 느낌..?)
이렇게 정리했던 내용을 토대로 아내와 다시 얘기해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삼이에게 혹시나 모를 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그냥 지금 결정, 그대로 유지하게 될지도..? 🥲
2023년 3월 28일의 기록